도봉산 산행기(6.26)
여름 날씨 같지 않게 선선한 바람이 부는 아침, 예정된 시각이 가까워지면서 한 분 두 분 도착. 여러 원로 회원님들과 정기범 회원님, 김상일 회원 내외분, 김인영 회원 내외분, 이병권 회원 내외분, 최응삼 회원님들과 인사하고 담소를 나누다 보니 시각이 9시 40분, 인원은 20여 명. 드디어 산행 시작. 코스는 망월사역에서 출발하여 망월사와 자운봉을 거쳐 포대능선을 지나 도봉산역으로 하산하였다. 며칠 전 내린 비와 선들선들 부는 바람에 모처럼 서울 하늘이 환하게 개어서 산행하기 좋은 날이었다.
시원한 산바람을 따라 오른 도봉산 등산로는 모두 새로 정비되어 돌 계단길이 만들어지고, 길 따라 양쪽에 밧줄을 매어 놓아서 정해진 등산로를 벗어나 가는 길목이 모두 차단되어 있었다. 등산로를 벗어난 사람들의 발길 때문에 산이 무분별하게 숲이 훼손되고 흙이 파헤쳐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였다. 하지만 항상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면 그에 따른 부작용 내지는 불편함이 있듯이 이로 인해 우리 산악회원들은 점심 식사 자리를 찾기 위해 한참을 헤매야 했다. 예전 같으면 등산로를 살짝만 벗어나면 여기저기에 있는 평평하고 그늘진 곳에 쉽게 식사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런데 등산로 양 옆을 모두 막아 놓고 ‘출입금지’라고 팻말을 붙여 놓았다. 게다가 우리 무리 속에는 한국산악회장님이 계셨다. 어지간하면 밧줄을 살짝 넘어 갈 수로 있으련만 직책이 직책인지라 그리할 수는 없었다. 자연보호도 중요하거니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국산악회장님이 등산로를 벗어나 식사를 하는 장면이 외부에 알려지기라도 하면 큰 낭패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좀 전에 놓친 버스가 항상 아쉽다고 했던가?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을 때는 더욱 아쉬워진다. 좀 전 그곳에 자리를 잡을까 말까 망설이다 그냥 지나온, 등산로 안 그늘 밑 평지가 자꾸 회원들 입에서 언급이 된다. ‘출입금지’ 팻말을 자꾸 ‘지금입출...지금출입’으로 거꾸로 읽기 시작한다. 오르막길을 오르고 올라도 마땅한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자리를 잡았다고,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멈추지 않고 다시 오르는 길에 모두들 무릎이 더 시린 얼굴이다.
드디어 능선 도착. 거기에도 마땅한 자리는 없었다. 하지만 더 갔다가는 산상 반란(?)이 일어날 수도 있을 듯. 또 다른 자리를 찾기에는 회원들이 너무 지쳐있었다. 육체적인 피로도 있겠거니와 더 큰 것은 심리적인 피로감이다. 올라오면서 등산로 너머에 있던 많은 빈터를 보며 “저기 정도면 살짝 밧줄을 넘어가도 될 텐데,,,”, “아까 거기에서 먹자니까...” 등등의 푸념을 하며 여기까지 올라온 탓이다. 넉넉한 공간이 아니어서 썩 내키지는 않아들 했지만 이쯤에서 자리를 잡는 데에 다들 위안을 삼으며 등산로 한쪽 그늘에 자리를 잡고 돗자리를 폈다. 이럭저럭 적은 인원이 앉기에는 괜찮았다. 조금 늦은 점심이라 싸온 음식을 나눠 가며 모두들 맛있게 점심 식사를 했다. 힘들게 올라온 만큼 식사와 한 잔의 술은 입에 달았다. 김상일 회원님이 가져온 한라산 소주와 최응삼 회원님이 가져온 과실주가 몇 순배 돌며 흥겹게 정을 나누었다. 특히 백원일 회원님은 배낭이 화수분인 듯. 빼빼로와 핫도그, 필리핀 산 쥐포, 김튀각 , 과일맛젤리 등 꺼내도 꺼내도 계속 나오는 간식을 나눠주시며 모든 분들에게 남대문 시장의 진면목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셨다.
이제 헤어질 시간. 망월사역에서 행사가 예정되어 있는 정기범 회원님을 비롯한 많은 인원이 올라 왔던 길을 되돌아서 망월사역 방향으로 하산을 하고, 나머지 7명은 김상일 회원님을 선두로 자운봉과 포대능력을 거쳐 도봉산역으로 하산을 했다. 오후가 되자 날씨가 더워져서 모두 땀에 젖었는데, 하산하고 먹은 시원한 콩국수가 더위를 씻겨 주었다. - 심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