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한계에 도전한다` 서울 시청앞서 볼더링 대회 [조인스]
여자부 1위 김자인, ``굳은살 투성이` 내 손이 제일 이뻐요`
두 팔에 의지해 허공에 매달린 자그마한 몸집. 어느 순간 온 몸의 반동을 이용해 훌쩍 한 단계 위의 암벽 홈으로 뛰어오른다. 미끄러지다 바위 끝을 잡고 매달렸다 다시 기어오르는 모습을 보며 관객은 손에 땀을 쥔다. 마치 '미션 임파서블 2'의 첫 장면과 흡사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움직임 하나하나에 관객의 탄성이 터져나온다는 점이다.
이 곳은 영화 속 기암 절벽이 아니라 서울시청 앞 시민의 광장. 여기서는 제 3회 블랙야크배 서울 국제 볼더링 대회가 한창이다.
스포츠 클라이밍의 한 종류인 볼더링(Bouldering)은 로프 없이 암벽을 오르는 경기로 정교한 공간능력과 대담성.체력을 요하는 익스트림 스포츠 중 하나다. 국내 동호인만 1만여명에 이르며, 근력 향상뿐 아니라 체중감량의 효과를 볼 수 있어 남성은 물론 여성인구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제 3회 서울 국제 볼더링 대회 1위 김자인(19) 선수
남녀 각각 일반부 경기로 치러진 이번 대회에는 '2003년 아시아 선수권 대회' 우승자인 김자하(23)와 자비(20).자인(19) 3남매가 함께 출전했고 미국 이벌브사 소속의 선수들도 대거 참여해 볼더링의 진수를 선보였다.
이번 대회에서는 여자부 1위에 오른 김자인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같은 대회에서 일본의 오가와 도모코(29)에게 1위를 내주었던 그는 올해 오가와를 따돌리고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남자부 결승에 진출한 그녀의 오빠 김자하는 4위, 김자비는 2위에 머물렀다.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볼더링을 시작한 그는 아시아 선수권 1위를 넘어 세계 선수권에서도 10위안에 드는 클라이밍계 유망주. 19세 여성의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만큼 퉁퉁 부어오르고 뼈마디가 굵어진 손이 그의 경력과 실력을 대변해준다. 손톱은 부러지고 손바닥은 굳은살 투성이지만 그래도 그는 "내 손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말한다. 3위에 머무른 오가와는 "관객이 너무 많아 긴장했다"며 "한국 선수들의 실력이 대단하다"고 김자인의 실력을 칭찬했다.
김자인은 "오늘처럼 관객이 많았던 적이 없었다"면서 "볼더링의 인기가 날로 커져가는 것을 실감한다"고 들뜬 마음을 표현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볼더링 대회가 서울시청앞 광장과 같은 인파가 몰리는 곳에서 열리기는 처음이다. 대개는 체육관이나 올림픽 경기장 같은 전문가들이 모이는 곳에서 열린다. 서울 산악연맹 강태선 회장은 "서울의 심장부에서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볼더링이 전문인들만의 축제가 아닌 대중의 스포츠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키 152cm, 몸무게 45kg 인 김자인 선수의 손은 유난히 크고 거칠다. 이 손이 그의 경력과 실력을 입증한다.
대한산악연맹이 주최하고 서울특별시 산악연맹이 주관하는 이번 대회는 최근 인기 스포츠로 떠오르고 있는 익스트림 스포츠인 볼더링을 통해 국내외 산악인들의 수준 높은 기량을 선보이기 위해 마련됐다. 국내 선수 80여명과 미국.영국.일본.중국의 대표 선수 20여명이 참여했다. 특히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선수들이 펼치는 수준 높은 경기와 함께 국내 아마추어 선수간 경쟁을 통해 박진감 넘치는 대회를 볼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서울산악연맹 김태삼 이사는 "관중이 점점 많아지고 경기 수준도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며 "거리가 멀어 유럽 선수들이 참가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이 정도만 해도 대성공"이라고 이번 대회를 평가했다.
▶볼더링(Bouldering) : 암벽등반을 하는 산악인들이 볼더(boulder:둥근 돌)라 부르는 6 ̄7m 정도 크기의 둥근 형태 바위를 손으로 이어 잡으며 오르는 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