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계소식

빙하위에 세운 캠프…체온으로 냉기 맞서
[다시! 에베레스트] 제4信- 베이스캠프에서
고지서 보기 힘든 들짐승 만나 '길조' 예감
악천후 속에서도 공격캠프 구축에 나서


에베레스트를 꿈꾸는 세계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박영석 원정대를 비롯해 도로공사 원정대, 실버 원정대, 허영호 상업 등반대 등 우리나라 원정대를 포함한 30여개 국 산악인들이 머물고 있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의 모습.

해발 5,600m의 칼라파타르에서 바라본 히말라야의 전경. 중천의 태양 아래 놓인 봉오리가 에베레스트이다.

베이스캠프에 설치된 주방에서 셰르파들이 원정대의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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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信-?만두에서 남체까지
제2信-남체에서 베이스캠프까지
제3信-여기는 베이스캠프
[남선우 기고] 30년간 76명 등정 한국산악인의 기개

'세계의 정상' 에베레스트 남서벽을 향한 대장정이 시작됐다. 한국 에베레스트 등정 30주년을 기념, 박영석 원정대가 한국인 최초로 남서벽에 코리안 루트를 뚫는 것이다. 한국 산악사에 또 하나의 신기원을 세울 힘찬 도전에 본지 이성원 조영호 기자가 동행, 투혼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해발 5,360m 베이스캠프의 한밤 기온은 영하 7~8도. 텐트 위로 엄습하는 빙하의 냉기에 맞설 난방은 오직 체온 뿐이다. 대원들은 침낭 속에서 제 몸으로 스스로를 덥혀 잠을 청한다. 수통에 뜨거운 물을 받아 침낭 속에 넣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텐트 안에 누워 정적과 마주하다 보면 갑자기 ‘우르르 쾅쾅’ 굉음이 들린다. 바로 옆 깎아지른 벼랑에서 돌 굴러 떨어지는 소리다. 처음에는 깜짝깜짝 놀랐지만 낙석 소리에 금세 익숙해지고 이제는 그 소리의 경중으로 ‘몸뚱이 만한 돌이 떨어졌는지, 텐트 만한 바위가 굴러 내려왔는지’ 떨어진 돌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하루는 낙석 소리가 꽤나 크게 들려 텐트 밖으로 고개를 내미니 두 마리의 들짐승이 날렵하게 텐트 옆 벼랑을 가로질러 달려갔다. 초록이 사라진 베이스캠프가 있는 고도 이상에서는 까마귀 등 날짐승이나 볼 수 있지 들짐승을 보기는 매우 드문 일이다. 함께 지켜보던 셰르파가 ‘아이스 레오파드’라고 일러준다.

5,000m 이상에서만 살며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 동물이다. 셰르파는 “등정에 앞서 행운을 가져다 주는 길조”라며 웃었다. 베이스캠프에 오른 이래 계속 눈이 내리고 날씨가 흐려 다소 의기소침했던 대원들의 얼굴이 모처럼 환해진다.

베이스캠프가 서 있는 곳은 에베레스트와 눕체 봉우리를 휘돌아 흐르는 얼음 강물인 쿰부 빙하 위. 주변은 거대한 빙하가 훑고 간 모레인 지형으로 채석장을 방불케 하는 돌밭이다. 빙하의 표면도 깨진 돌로 가득 덮여 있고, 각 원정대들은 그 위에 텐트를 치고 정상공격을 준비한다.

해발 5,360m의 베이스캠프에서의 산소량은 해수면의 절반 수준이다. 고소 적응이 안되면 가만히 앉아 있어도 숨이 차다. 해발 8,000m 이상에서는 대기중 산소의 양이 해수면의 3분의 1로 뚝 떨어진다. 만일 고도와 상관없이 산소량이 일정하다면 에베레스트 등정은 훨씬 빨라졌을 것이고, 지금과 같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다. 박영석 대장은 1993년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 때 겪었던 절대절명의 순간을 이렇게 말한다.

“해발 8,751m의 에베레스트 남봉 밑에 도달했을 때 갑자기 눈앞의 설원이 노랗게 바래더니, 빨갛게 됐다가 칠흑 같은 어둠으로 바뀌었다. 산소 부족으로 인한 설맹(雪盲) 증상이었다. 즉시 멈춰 서서 심호흡을 크게 반복하며 위기를 넘겼지만 지금 생각해도 식은땀이 흐른다.”

부족한 것은 산소 뿐이 아니다. 식수는 바닥인 빙하를 파서 길어 올린다. 베이스캠프 곳곳 빙하 표면이 드러난 웅덩이 모양의 얼음이 수원지다. 수만 년 전의 얼음 물이라 청정하다고 할 수 있으나 각 텐트에서 쏟아내는 소변, 설거지물 등 오폐수들이 흘러 들어 간혹 대원들 배탈의 원인이 되곤 한다.

베이스캠프로 실어 나른 물자의 상당 부분은 식량이다. 베이스캠프에서 대원들의 힘을 키우고, 적적한 마음을 달래는 것이 바로 맛난 음식이기에 원정대는 결코 식량에 소홀할 수 없다. 식단은 현지인 요리사가 밥과 따뜻한 국, 계란 프라이, 젓갈, 무생채, 김치 등 대원의 토속적인 입맛에 맞춰 준비해준다.

때로는 아이스박스로 포장돼 공수해온 동태찌개가 떨어진 식욕을 돋우기도 하고, 루크라에서 올라온 야크와 돼지고기가 단백질을 보충해준다. 베이스캠프에 있는 한국의 다른 원정대는 ‘홍어회’를 공수해오는 저력(?)을 보여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산에서 먹을 수 있는 요리의 가짓수는 등산의 기술, 장비만큼이나 빠른 발전을 보여주지만 이것도 베이스캠프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아이스폴 너머 해발 6,000m 이상의 공격캠프에서는 먹는 것도 쉽지 않다. 전진베이스캠프(ABC)인 C2까지는 연료를 이용해 밥을 해 먹을 수 있지만, 해발 7,000m에 설치하는 C3 부터는 컵라면이나 건조밥에 참치와 고등어 캔으로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 고소로 잃은 입맛은 과일캔으로 달랜다.

삭막한 베이스캠프에 누워 있으면 저 아래 묵었던 카트만두의 호텔이 눈에 아른거리지만, 공격캠프에서 밤을 지새운 사람에게는 베이스캠프도 애타게 기다려온 천국이다. C2, C3 구축을 마치고 베이스캠프로 복귀한 정찬일(27) 대원은 “아이스폴을 내려오다 멀리 베이스캠프의 우리 텐트가 보이기 시작하면 고향에 온 듯 마음이 훈훈해 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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