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체의 기적` 절벽서 500m아래로 추락한 셀파 목숨 건져

by 관리자 posted May 2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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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 일어났다. 11일 오전 7시 30분 ‘2007 한국 로체샤르ㆍ로체 남벽 원정대’(중앙일보ㆍKT 후원, 신한은행ㆍ㈜트렉스타 협찬)의 셀파 니마 도르지(32)가 해발 6050m지점 절벽에서 굴러 500m 아래로 추락했으나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원정대는 이날 오전 6시30분 해발 5900m 캠프 1을 떠나 해발 6900m 캠프 2로 물자를 수송하던 중이었다. 셀파 3명 중 한 명인 니마 도르지(32)도 뒤를 따르고 있었다. 니마는 해발 6050m 지점 절벽구간에서 로프에 주마를 바꿔 꿰다 미끄러지면서 추락했다. 니마가 떨어진 구간은 수직에 가까운 절벽구간 100m와 평균각도 70도가 넘는 구간 400여m 등 총 500여m였다.

들것에 실린 니마가 로프에 묶여 절벽 아래로 옮겨지는 모습.
사고소식을 듣자 동행하던 셀파들은 물론 베이스 캠프에서 대기하던 전대원들이 현장으로 달려갔다. 니마가 굴러 떨어진 곳은 바위투성이였다. 짙은 안개가 시야를 가렸다. 니마의 생존 가능성은 없어보였다. 절벽 아래 500m를 굴러 떨어진 사고라 엄홍길 원정대장(47ㆍ㈜트렉스타)도 니마의 생존에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원정대는 희망을 버리지않았다.

사고가 일어난 지 30여 분이 지난 오전 8시. 수색하던 원정대의 시야에 짙은 안개 사이로 무엇인가 움직이는 것이 순간적으로 보였다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분명 사람의 손이었다. 원정대는 한 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안개 속으로 나아갔다. 간절히 빌었다. ‘부디 니마의 손이기를’. 니마의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 원정대는 눈물을 흘렸다.

들것에 실린 니마가 베이스 캠프로 옮겨지는 모습.
니마는 살아있었다. 추락과 미끄러짐을 반복하며 떨어지던 니마가 거대한 크레바스(crevasseㆍ빙하 또는 눈 쌓인 계곡에 있는 틈새) 직전에서 기적적으로 몸이 걸렸던 것이다. 니마는 간신히 의식을 모아 등반루트까지 100여m를 기어 나와 동료에게 구조 신호를 보낸 것이었다. 짙은 안개 속에서 동료에게 발견되지 않았으면 얼어 죽을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구조 당시 니마는 오른쪽 무릎의 탈골 증세와 왼손 등의 찰과상 외에 별다른 부상이 관찰되지 않았다. 새벽에 내린 눈이 대책 없이 추락하는 니마의 신체에 완충작용을 했을 것이라는 짐작은 되지만 그것만으로는 그의 생환을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었다.

니마는 오후 1시30분쯤 베이스캠프로 옮겨졌다. 잠시 안정을 취한 니마는 베이스 캠프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인 추쿵으로 후송됐다. 니마는 12일 헬기로 카트만두 병원으로 이송될 예정이다. 니마에게는 5명의 자녀가 있다.

로체=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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