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에베레스트에 서서

by 관리자 posted May 0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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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다시 에베레스트에 서서



'77에베레스트 한국원정대의 한 사람으로 30년 만에 에베레스트에 다녀왔다. 당시 대원 10명과 함께 한 트래킹은 베이스캠프에 이르는 12일 간의 짧은 캐러밴이었지만 한 세대를 넘어 30주년 기념 박영석 원정대를 격려하는 선ㆍ후배의 만남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었다.

지금 이 시간, 에베레스트와 로체샤르 정상을 향해 전진 중인 한국 산악인들이 자랑스럽다. 지구 최고봉 한국 최초의 등정이라는 감동은 열정과 끈기로 이룬 멋진 승리였기에 지금도 우리들 심장의 맥박처럼 고동치고 있다.




● 꼭 30년 만의 가슴 벅찬 재회

그 동안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이나 우리 알피니스트들의 기개는 히말라야 산군(山群)을 제압하기에 충분하다.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새로운 코리언 루트를 개척하려는 박영석 원정대를 비롯해 에베레스트 실버원정대, 솔로등반에 나선 허영호와 대규모 도로공사원정대, 엄홍길 로체샤르원정대가 경연이라도 하듯 에베레스트 무대를 휘젓고 있다.


산악인들의 꿈은 물론 최고봉 등정이지만, 그 욕구와 희망이 모든 해답일 수는 없다. 보다 높이 오르고 싶은 단순한 욕구라기보다 지구의 용마루에서 가장 순수한 하늘의 영혼을 만나보고 싶은 목마름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다시 찾은 에베레스트는 여전히 냉엄한 모습 그대로였다. 아쉬운 것은 베이스캠프 주변 등이 텐트촌을 이루어 무슨 관광지 같은 착각을 갖게 한 점이다. 상업등반이 새로운 흐름을 나타내면서 숭고한 등반정신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좀더 어려운 루트를 개척한다는 순수 알피니즘이 빛을 잃어가는 것도 서글픈 일이다.


최근 어느 원정대인가 제트 엔진을 단 최신 헬기를 타고 정상에 내려 2분 정도 머문 뒤 귀환했다는 보도에 아연실색한 적이 있는데, 문명이 자연을 지배하려 할 때 또 다른 희생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가르침을 새겨야 한다.

원정대를 격려한다는 명분으로 한국의 공기업 사장이 헬기를 타고 베이스캠프에 내린 사실이 전해져 각국 산악인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씁쓸한 소식도 있었다.


'사가르마타(네팔의 에베레스트 명칭)'는 그렇게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지난 해 10명의 희생자를 냈고, 이번 시즌 또 다른 셰르파 사망사고가 있었다. 30년 간 한국의 에베레스트 등정자가 76명에 이른다지만 모두 고난 끝에 이루어진 것이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77의 좌절과 성공. 그것은 정상 부근에서 일시 조난, 비상 비박 끝에 죽음의 지옥에서 탈출한 박상열의 놀라운 투혼과 그 루트를 따라 2차 공격에 나선 고상돈의 개가였다.

실종된 동료를 찾아 이듬해 재도전에 나선 끝에 시신을 수습, 장례를 치르고 온 엄홍길 휴먼원정대의 감동스토리도 있었다. 산악운동이 스포츠화한 지 오래지만 이런 인간승리가 있기에 더 높은 가치를 인정 받는 것이다. 자연에 순응하면서 고난과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주목해야 한다.




● 산악운동의 기본은 등로주의

보다 어려운 루트를 추구하는 등로(登路)주의는 산악운동의 기본정신이다. 정상에만 가면 된다는 피크 헌팅이나 비싼 임금으로 전문 셰르파를 고용해 편안하게 오르는 상업등반은 등산의 기본철학에 반한다.

카트만두에서 열린 작고산악인 천도재에서 이인정 대한산악연맹 회장은 이렇게 추도사를 바쳤다. "순수한 알피니즘은 그 과정을 중시하며 때로는 우리에게 희생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대들이 추구한 알피니즘을 지키고 따를 것입니다."


이태영 77에베레스트원정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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