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에베레스트] 제5信 - 세번째 공격캠프 구축
기상악화로 휴식… 지친 몸과 마음 재충전
이번엔 셰르파들이 "신루트 위험" 도망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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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으로 가는 길, 하늘이 쉽게 문을 열지 않는다. 박영석 에베레스트 남서벽 원정대가 험난한 장애물과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당초 지난달 21~23일께 세번째 공격캠프(C3ㆍ해발 7,000m)를 구축해 정상을 향한 루트 공략에 나서려 했던 원정대의 계획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 눈보라를 몰고 온 기상악화 탓이다.
수 차례 베이스캠프와 C1(해발 6,000m), C2(해발 6,400m)를 왕복했던 대원들은 이제 고소 적응력이 높아져 점차 걸음에 속도가 붙고있다. C2에 전진베이스캠프(ABC)를 차린 후 박영석(44) 대장과 오희준(37) 부대장은 후배들 보란 듯 앞장 서서 루트 공략에 나섰다.
21일 박 대장과 오 부대장이 설치한 로프는 300m. 이튿날 이번에는 원정대 막내 격인 이형모(29), 정찬일(27) 대원이 바통을 이어 C3 설치 지점의 턱밑인 6,900m까지 로프의 길이를 250m 더 늘려놓았다.
하지만 다음날 ABC에 있던 원정대는 루트 공략을 멈추고, 짐을 싸서는 베이스캠프로 철수해야만 했다. 기상악화가 가장 큰 이유였다. 보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ABC의 식량도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오랜만에 베이스캠프에 모인 대원들은 흐린 날씨 덕(?)에 긴 휴식에 들어갔다. 박 대장은 좀체 날이 갤 것 같지 않자 전 대원에게 베이스캠프 바로 아래 마을인 고락셉(5,160m)에서 쉴 수 있도록 2박3일의 휴가를 주었다. 대원들은 모처럼의 나들이로 지쳤던 몸과 마음에 새 기운을 불어넣었다.
대원들이 꿀맛 휴가를 마치고 복귀했지만 상황은 여전히 녹록치 않았다. 궂은 날씨는 여전했고 다른 원정대 소속 셰르파가 낙빙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셰르파들의 동요가 시작됐다. 이번 등정은 여러 번 길이 난 일반 루트가 아닌, 수직의 벽에 새 길을 여는 위험한 도전이라 셰르파의 걱정은 더욱 컸던 차.
무작정 도망가겠다는 셰르파들을 박 대장이 나서서 가까스로 안정시켰다. 박 대장은 “루트 작업은 우리가 앞장서서 다 할 테니 당신들은 밑에서 짐만 올려주면 된다”고 설득했다. 에베레스트 남서벽 신루트 개척은 셰르파가 보기에도 무모하리 만큼 위험한 도전이기에, 정상으로 가는 길에 헤쳐가야 할 장애물은 더욱 험난하다.
미친 듯 불어대던 눈보라가 멈추면서 28일 베이스캠프에서 C1으로의 물자수송이 다시 시작됐다. 1일 새벽부터는 정상으로 가는 새 길을 뚫는 루트 작업이 재개됐고 등정을 위한 힘찬 발걸음에 힘이 실렸다. 이제 마의 7,000m를 넘어 본격적인 정상 공격이 시작될 것이다. 정상까지 남은 높이는 1,948m. 본격적인 싸움은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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