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얼음계곡 넘어 '거침없이 전진'

by 관리자 posted Apr 2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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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얼음계곡 넘어 '거침없이 전진'
[다시! 에베레스트] 제3信-여기는 베이스캠프
돌제단 앞에서 정상 정복·무사 귀환 기원…첫 공격캠프 구축…삼겹살 파티로 자축


박영석 원정대 대원들이 13일 정상 정복에 앞서 베이스캠프에서 소주와 과자, 쌀밥 등으로 상을 차리고 라마제를 올리고 있다.

라마제가 끝난 뒤 서로의 얼굴에 밀가루를 바르며 안녕을 기원하는 대원들.

12일 베이스캠프를 방문한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이 사기(社旗)를 박영석 대장에게 전달하는 모습.

박 대장은 장 회장과 함께 베이스캠프를 찾은 미스코리아 김수현(왼쪽), 박희정 씨에게 직접 만든 김치말이 국수를 대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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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정상' 에베레스트 남서벽을 향한 대장정이 시작됐다. 한국 에베레스트 등정 30주년을 기념, 박영석 원정대가 한국인 최초로 남서벽에 코리안 루트를 뚫는 것이다. 한국 산악사에 또 하나의 신기원을 세울 힘찬 도전에 본지 이성원 조영호 기자가 동행, 투혼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편집자

히말라야는 신이 허락해야 오를 수 있는 곳. 쿰부 빙하 위에 베이스캠프(5,360m)를 구축한 박영석 에베레스트 남서벽 원정대는 본격 등정에 앞선 13일 산행의 안녕을 기원하는 라마제를 지냈다.

몸을 단정히 한 대원들은 1m 높이의 돌로 쌓은 제단 앞에 아침 일찍 모였다. 자일, 피켈, 눈 위에서 신는 삼중화, 아이젠, 박스텐트, 안전모 등 험한 산에서 몸을 지켜줄 등산장비들도 제단 앞을 지켰다.

히말라야 산바람에 향이 분분 날리는 가운데 라마제는 시종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제를 마치고 밀가루로 서로의 얼굴을 분칠해주며 무사안녕을 기원할 때 조차 표정은 진지하기만 했다. 대원들은 셰르파들이 건네 준 카다(행운을 빌어주는 노란 스카프)를 한명씩 돌아가며 제단의 깃대에 묶으면서 무언의 다짐을 건네는 듯 했다. “기필코 정상에 오르리라. 반드시 살아서 돌아가리라.”

박영석 원정대의 전체 원정기간은 60여일. 그 중 정상도전을 위해 허락된 기간은 불과 열흘에서 보름 안팎이다. 나머지 50여 일은 정상으로 가는 길을 닦고 캠프를 세우고 고소에 적응하며 토대를 닦는데 바쳐진다.

라마제를 지낸 다음날인 14일 새벽 5시. 베이스캠프의 텐트에 하나 둘 불이 밝혀졌다. 등반장비를 갖춘 대원들이 본부 텐트 앞에 속속 모여들었고 희뿌연 여명을 받으며 드디어 공격 캠프 구축을 위한 아이스폴 공격에 나섰다.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첫 관문인 아이스폴은 ‘악마의 늪지대’로 불리는 쿰부 빙하가 연출한 거대한 얼음계곡이다. 미끄러운 얼음벽은 발걸음을 하염없이 뒤로 잡아 끈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크레바스(얼음 사이의 틈) 위를 사다리에 의지해 건널 때면 생명을 건 모험에 다리는 물론 오장육부까지 후들후들 떨리는 것 같다. 진땀을 빼며 첫 관문을 통과한 대원들은 아이스폴 너머 해발 6,000m 지점에 공격캠프1(C1)을 구축했다.

오희준(37) 부대장과 이현조(35), 정찬일(27) 대원은 다음날 전진베이스캠프(Advanced Base CampㆍABC)인 C2를 세우기 위해 C1에 남았고, 나머지 대원들은 베이스캠프로 귀환했다. 시작이 좋다.

대원들은 다음날인 15일 다시 15kg이 넘는 물자를 짊어 매고 C1으로 향했다. 박영석(43) 대장은 눈밭에서 신는 삼중화와 아이젠 없이 일반 등산화를 신고 스틱 하나에만 의지한 채 아이스폴 위로 C1까지 왕복하는, 아무나 따라할 수 없는 ‘묘기’를 보여주어 대원들의 찬탄을 끌어냈다. 긴장감으로 잔뜩 얼어붙은 대원들이 모처럼 크게 웃었다. C1에 남았던 대원들은 C2 구축도 어렵지 않게 성공했다.

이날 저녁 전 대원이 베이스캠프에 모여 첫 공격을 자축하는 삼겹살 파티를 열었다. 원정대는 16일 하루 쉬고 17일부터 루트공략조, C1→C2 수송조, 베이스캠프→C1 수송조 등 3개 조로 나뉘어 원활한 공격캠프 구축에 나선다.

대원들은 ABC 구축과 C3 구축에 필요한 물자를 나르고, 고소에 적응하는 훈련을 위해 순차적으로 베이스캠프와 C1, C2를 오가게 된다. 박 대장은 “21일까지 남서벽 하단 해발 7,000m 지점에 C3 구축을 마무리한 다음, 수 차례의 정찰을 통해 공격 루트를 면밀히 검토한 후 기상 상황을 봐 가며 5월 15~20일께 정상 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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