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조카이산 등반기-- 김병구

by 김근생 posted May 1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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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카이산 등반기...


설마했던 일기예보가 적중하고 있었다. 숙소인 유스플라토 양철
지붕을 장마비처럼 굵은 빗줄기가 신 새벽부터 시끄러이 때리고
있었다.

숙소에서 미소국에 아침을 먹으며 계속 눈은 창밖만을 주시했다
오히려 동이트며 기온은 올라 갔을텐데 굵은 빗줄기는 함박눈으
로 변한다.그나마 다행이다.

고맙게도 숙소에서 등반팀 전원의 점심을 주먹밥으로 마련 해
주었다. 하나씩 챙겨들고 산행 입구까지 이동해줄 버스에 오른
다. 숙소를 떠난 버스는 눈으로 통제된 길을 30여분간 올라 우
리를 내려 놓는다. 도로옆 겨우내내 치워 놓았을 눈은 3미터는
족히 되어 보인다.

스키등반, 나에겐 몸에 배이지 않은 낯선 몸짓이지만, 최대한
숙지한다는 목표로 꺼내 신는다.

초카이산-"데와후지"라고도 부리는 초카이 산은 야마카타,아키
타현에 걸쳐있는 휴화산. 표고 2,236미터의 멋진 경치를 자랑하
며 등산객들을 불러모읍니다.^ 아티타 공항에 비치된 안내책자
의 이 짧은 글과, 인터넷으로 본 사진 몇 컷, 그리고 20여년전
형들의 등반경험, 이것이 내가 아는 초카이산의 전부였다.

양옆의 터널처럼 쌓여진 도로길을 벗어나니 세찬 바람이 그대로
온몸에 부딪친다. 눈이 수평으로 날아와 그대로 얼굴을 때린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고개를 쳐박고 한줄로 나아간다. 오늘의
목적지는 하라이가와 산장. 앞사람의 발자욱을 따라 한발한발
나아갈뿐 미친듯이 불어대는 바람탓에 대화도 휴식도 없다.

도로옆 구릉을 오르는 길이라 경사도 없이 완만한 길로만 이어
지는데 초강력 바람에 실려오는 얼음 알갱이 탓에 주위를 둘러
볼 틈없이 스키만 밀어댈 뿐이다. 그렇게 세시간 가량 전진하니
적설기가 아니면 차가 올라올 수 있는 고마노오즈 주차장이다.
여기서 산장은 불과 2백여 미터 앞에 모습을 보인다.

하라이가와 산장(1,250m)은 5월부터 9월까지만 관리인이 상주하
여 1박에 1,370엔을 받고 유료로 운영된다. 지금처럼 적설기에
는 무료로 대피소 역활을 한다. 산자은 2층으로 되어있는데 1층
은 관리인실,화장실,취사실과 아담한 홀이있어 식사를 하기에
좋아보이고, 2층은 침대방과 다다미방등 다양한 구성으로 되어
있다. 수용인원은 100명 정도라고 한다.

주먹밥으로 점심을 챙겨먹고, 온통젖어 버린 옷가지를 말리며,
산장을 둘러보며 소일한다. 산장앞에는 바로 맑은 물이 흘러 식
수로 가능하고, 그 주변은 캠프장으로 사용한다고한다.
밤이되어도 미친 듯이 불어대는 바람은 그칠줄 모른다. 내일 새
벽4시에 기상키로하고 날씨를 살펴 출발티로 하고 오후 9시 취
침한다.

바람은 어제보다 멎은듯하다. 쉴새없이 요동치던 창문이 잠잠할
때가 있다. 알파미로 아침을 해결하고 동이트니 시야가 어제보
다는 한결 좋다. 눈은 내리고 있지만 폭설은 아니다.

6시 다시 스키를 신고 출발이다. 산 허리를 오르내리면서 북쪽
으로 계속해서 트레버스해 나아간다. 오늘 우리가 오를 루트는
적설기에만 가능한 북벽루트이다. 산장에서 정상을 바로하고 우
측으로만 나아간다. 세시간을 전진하니 왼쪽으로 북벽이 나타나
고 더 나아가면 북릉으로 이어지는 포인트가 나온다. 이 갈림길
을 토리츠키라 부른다.

북벽에 붙기위해 스키를 배낭에 달고, 아이젠을 착용한다. 40도
정도의 설벽이 이어진다. 경사는 그리 급하지는 않지만, 노출된
벽에 붙으니 지겨운 바람이 다시 불어댄다. 피할곳 하나없이 이
어지는 설벽은 오르면 오를수록 위압감을 준다. 정신 바짝차리
고 차분히 아이젠을 깊이 박고 한발 한발 나아간다. 고도계는
1,950미터 이 지점 부터는 직상하던 설벽에서 왼쪽 바위지대로
나아간다.

몇일전 까지는 기온이 높았던지 간간이 나오는 얼음
구간은 다시금 긴장을 하게한다. 주머니속에 쵸코렛하나 꺼내물
고 싶던 마음도 불어대는 눈보라 때문에 다시 발걸음만 재촉한
다. 바위구간을 넘어서니 완만한 설원이 나온다. 시계가 좋지않
다.

설원을 지나니 악어등가죽같이 눈이 달라붙어 있는 커다란
바위가 나온다. 정상이다. 바위밑에 배낭을 벗어두고 깃발을 챙
겨들고 정상에 섯다. 11시 45분, 6시간 만이다.

초카이산은 두개의 봉으로 되어있다. 정상인 신산(2,236m)과 시
치코산(2,230m)이다. 하산은 시치코산으로 잡고,나아가니 북릉
을 통해 오르던 팀과 만난다. 시간상 다같이 시치코산 정상으로
향한다. 12시 40분 시치코산 정상에 올라 모두같이 촬영을 한다

한번쯤 보여 줄만도 한데, 여전히 파노라마는 보여주질 않는다.
조해산, 새가 많고 바다가 보인다 하여 조해산일 텐데 우리에겐
행운이 따르질 않는다. 지긋한 바람만 불뿐...

하산길은 힘들게 메고온 스키덕을 단단히 볼 참이었다. 그러나
미숙한 나의 스키실력과 세상이 온통 하얗게만 보이는 화이트아
웃, 그리고 처음 경험해보는 자연설에서의 활강.

나는 이리 고꾸라지고 저리 쳐박히며, 지친 대원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다행히 크레바스나, 위험구간은 없
어 나 같은 초보자에게도 스키등반 대상지로는 부족함이 없는
좋은 대상지인 것 같다.

도망치듯 어두워 지기 전에 초카이 산을 떠나 다시 유스플라토
에 도착한 것이 오후 6시 꼭 12시간의 산행이었다.
4월 4일 오늘은 일본 혼조 산악회 팀과 양정 산악회의 합동등반
으로 혼조의 쇼지회장 말씀으로는 설상위의 하이킹이라는 기사
카타 루트로 등반이다.

어제의 눈과 바람은 어데로 갔는지 화창한 봄볕이 오히려 야속
하다. 산행초입지에 모인 혼조팀 39명과 양정 33명 대식구가
삼삼오오 섞여 너도 밤나무숲 설원을 걷는다. 장비도 제각각이
다. 물푸레 나무 설피 부터, 노르딕 스키까지 각양 각색으로 봄
볕을 받아 빛나는 설원을 여유로운 마음르로 거닌다. 거닐다 설
동을 하나 만났는데 우리처럼 산비탈이 아닌 길가에 수직으로
내려 파내었다. 적설량을 짐작케 한다.

숲을 빠져나와 조그만 언덕을 올라서니 우리의 동해, 여기로서
는 서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바닷가 조그마한 마을들이 평
화롭게 보이고,한번도 제대로 모습을 보여주지 않던 초카이산이
선명히 들어선다. 정말 장관이고 멋지다.

대설원까지 세시간여의 짧은 합동등반을 마치고 산행의 일정은
모두 접는다.
낯선 스키등반을 조금은 익숙하게 만들어주고, 또한 일본산악인
들과의 우정도 돈독히 하는 의미있는 산행이었던 것 같다.
다시금 초카이산을 찾는다면, 멋진 활강으로 설원을 질주하는
나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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