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러시아 우쉬바 등반---(조상현,김근생,김병구)

by 김근생 posted May 1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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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지: 구소련 코카서스 지역 우쉬바 북봉(Ushba 4694)

시간: 1994년8월6일~19일

글: 조상현 (68회)

8월 7일 서울에서 모스크바에 도착한 우리는 시차와 썸머타임으로 5시간을 손해보고 다음날 민보디를 통해 이트콜의 호텔에 도착했다. 체겟(3410m), 까쉬까다쉬빙하, 엘브루즈(5642m)를 등반하며 고소적응을 하였는데 러시아 가이드들은 등정 후 등정확인서를 나누어주어 장기간 등반하며 등정확인서 수집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같다.

러시아 가이드인 유라와 시헬다계곡 초입의 브리엘브리샤호텔로 이동하여 본격적인 등반을 준비하였다. 대상지는 애초의 목표였던 동구조룬(4452m) 및 시헬다(4310m)와 코카서스 산맥의 대표적 산인 우쉬바 북봉(4696m)으로 압축되었다. 그 중 우선 이미지 강한 우쉬바를 등반하기로 하고 다음날(16일)은 우쉬바 등반허가서를 유라가 준비하기로 했다.

우리는 휴식과 트레이닝을 겸해 근처의 암장을 찾아 몸을 풀기로 했다. 우이동에서 인수봉 대슬랩까지만큼 걸어가자 알피니스트캠프 근처의 스타디록과 까쉬까다쉬록이 나타났다. 한 피치짜리만 10여개뿐이어서 오륙피치 이상을 기대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었으나 간단히 몸만 풀기로 하고 등반을 시작했다.

까쉬까따쉬록의 5.10급 정도의 코스를 러시아팀 3명이 등반하고 있었는데 유라는 근생이에게 등반해볼 것을 권유, 기꺼이 응 하자 나에게는 비디오 촬영을 요청했다. 무사히 등반을 마치자 러시아인들은 축하의 박수를 쳐주었고 곧이어 그들도 등반을 마쳤다. 같이 기념촬영 후 하산하여 호텔에서 4박 5일간의 우쉬바 등반준비를 재점검하였다.

**크레바스 지대 지나 BC 도착**

8월 17일 8시 호텔을 출발하여 시헬다계곡에 접어드니 러시아산악인들이 연례행사인 챔피언쉽 경기를 하고 있어서 우연히 그것을 구경할 수 있었다. 급류도강,환자수송, 등 자일처리 복잡한 그 경기를 위해 연습한 흔적이 역력함을 느끼며 비디오카메라에 잠시 그 장면을 담고 갈길을 재촉하였다.

계곡을 오르는 날씨가 흐려지고 개스가 가득하여 시야가 전방10미터로 좁아졌다. 1시간반 가량 크레바스지역의 설사면을 발자국 좇아 돌아가니 너덜지대가 나왔고 목적지인 저먼 비박지가 거의 다왔음을 느꼈다. 갑자기 유라가 저먼비박지보다 이곳이 잡자리가 편하다며 러시아텐트 1동 옆자리를 가리켜 그곳에서 8시간 운행을 마쳤다. 오랜만에 많은 짐을 매서인지 모두들 피곤한 표정이다.

8월 18일 아이젠을 착용하고 우쉬바빙하를 오르기 시작했다. 우쉬바빙하는 마치 미로처럼 길이 이어져있고 크고작은 크레바스가 곳곳에 입을 벌리고 있었다. 2미터를 나아가기 위해 좌우측으로 삼사십미터를 빙 돌아가고 작은 크레바스는 건너뛰면 길이 이어지는 식이었는데 빙하 초입부터 피켈로 등반해야 했다. 축 처지는 배낭의 무게를 느끼며 개스 짙은 빙설벽을 프리로 클라이밍하는 모습을 비디오에 담는 일도 보통일이 아니고 촬영 후 숨가쁘게 따라 붙어야 놓치지 않았다.

잠시 개스가 걷힌 사이 좌측에 슈로프스키(4259m)가 나타난 것을 보니 거의 능선에 다달은 것 같다. 산 허리를 돌아 전진하자 우쉬바패스(4000m)가 나왔고 최근에 다른팀이 등반한 듯 설벽으로 캠프사이트 주위에 눈블럭을 친 곳이 3군데 나타났다.

제일 넓은 곳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설치했다. 텐트 안에서 눈을 녹여 따뜻한 차와 저녁식사를 준비하여 밖을보니 날이 개고 있었다. 정상 공격일인 내일은 날씨가 좋아질 것으로 생각하며 밖으로 나갔다.
걷힌 개스 사이로 멀리 정면에 엘브루즈,뒷쪽에 샤틴타우(4368m)와 작은 우쉬바(4320m), 우측에 슈로프스키,좌측으로 우쉬바 초입 설벽이 보였다. 우쉬바 안부는 여러 등반 대상지로 떠날수 있는 갈림길이자 출발지였던 것이다. 촬영 후 다시 개스가 덮여 텐트 안으로 들어와 내일의 일정을 재점검한다.
가이드 유라는 내일 새벽에 수프만 간단히 먹고 출발하잔다.

그가 예상하는 소요시간은 16시간, 하지만 16시간 이상 등반하며 제대로 먹지 못할텐데 아침이라도 제대로 먹어야 한다고 우겨서 그렇게 하기로 하고 침낭에 몸을 넣었다. 8월 19일 정상공격일이다. 어제 오후부터 약간 고소증세를 보여 자주쉬던 병구는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텐트에 남아 10시부터 1시간 단위로 교신키로 하고 김근생 그리고 유라와 5시에 출발했다. 헤드랜턴을 켜고 가파른 설벽을 치고 오른다.`흰 설벽 에 우리의 발자취 만을 남기고 오리라` 생각하며 능선에 붙어 설벽 2피치를 끊고 커니스 안쪽 설사면을 올라 설릉을 따라가니 "바쉬 우쉬바"라 불리는 캠프사이트다. 이곳에 텐트를 쳤더라면
더 여유로왔을 것을 개스로 밑에 친 것이다.

굽이친 능선을 계속 전진하여 우측 설사면으로 안자일랜을 하고 트레버스하였다. 위쪽은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길이 이어졌는데 빙설벽이다. 두피치를 끊어 "나스텐코 록"에 이르자 바위에 슬링이 둘러져 있어 그곳에 확보할 수있었다.
이제부터 정상으로 이어지는 북동 리지의 시작이다. 잠시 주위 를 둘러보니 시헬다연봉이 가깝게 펼쳐져 있고 동구조룬도 바로보였다. 다시 우측 설벽을 250미터(5피치)를 오르자 정상으로 이어지느 가파른 커니스에 다달았고 피켈로 빌레이를 보아주며 오륙피치를 오르자 정상직하의 설벽이 나타났다.

**250미터 설벽올라 정상으로**

설벽에서의 확보는 눈을 걷어내고 얼음에 스크류를 2개 이상 설치했다. 설벽을 올라 우측으로 10미터 정도가니 정상부 커니스가 나타났다. 정상에 오른 시각은 오후 5시. 서둘러 정상의 비디오 촬영을 유라에게 부탁했으나 보이지 않는다며 러시아어로 떠들어댄다. 나중에 그렇게 헤메는것이 카메라에 찍혀 우스꽝스러웠지만, 유라는 시간이 늦었다며 커니스에 오르지 않았기에 할 수 없이 스틸 카메라로 두컷트 촬영 후 하산을 서둘렀다. 어두워지기 전에 날카로운 커니스 지대만 통과한다면 나머지 구간은 문제없을 텐데 생각하며 하산하는데 유라의 하강 소요시간이 꽤 길다. 자세히 보니 그의 하강기 구멍이 작아 두줄은 약
간 빽빽하고 한줄은 잘 빠지는 것이었다.

250미터 설벽에 이르자 날씨가 완전히 어두워젔다. 일단 커니스지대는 빠져 나왔기에 안도감이 들어 텐트에 무전으로 불안해하는 병구를 안심시켰다. 오후에 구조대 헬기가 정상부위를 선회하였고 무전통신이 안돼 병구가 마음에 걸렸던 것 같다.

날씨가 나빠진다면 적당한 곳에서 비박할 생각까지도 하명 하강했으나 바람이 약해 계속 내려갈 수 있었다. 250미터 설벽 3피치 하강시는 100미터 하강을 위해 스크류에 자일을 고정시켜 유라가 먼저 내려가고 다음은 내가 내려갔는데 이게 웬일인가!

자일 한동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근생이 내려온 뒤 남은 구간은 대부분 설벽이므로 마지막 사람이 클라이밍다운키로 하고 하강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어둠 속에 "나스텐코" 쪽으로 방향을 틀어 트레버스하기로 했다. 작은 협곡에 스크류 3개로 확보 했는데 좀 있다 유라가 오더니 길이 아니라고 펄펄뛴다. 사람의 발자국도 보이고 방향도 맞기에 무시하고 10미터를 트레버스하여 클라이밍다운 한 뒤 다시 10미터를 트레버스해보니 올라올 때 쉬었던 "나스텐코 록"의 확보지점이다.

유라가 클라이밍 다운하기에 무리일 것 같아 확보지점으로 오도록 했더니 50미터 하강지점인데 자일이 한동밖에 없다고 또 난리다. 그는 근생이가 자일 1동을 더 갖고 있으면서도 내려가버렸다고 생각하고 있어 5분여 입씨름 끝에 겨우 이해시킬 수 있었다. 한줄로 먼저 내려가라고 했더니 같이 내려가자며 나에게 스크류를 달란다.
자일 반동씩 두번 하강하여 트레버스 설벽에 닿았고, 무전통신으로 들었던 우크라이나 팀 2명이 등반하기 위해 설치한 고정로프를 이용하여 트레버스한 뒤 걸어올라 가니 텐트가 1동 보인다.

** 꼭 20시간이 걸린 등반 **

근생이는 먼저 가서 보이지 않았고 유라는 우크라이나팀과 이야기하고 있어 나는 지나쳐 커니스 설벽지대로 내려가는 초입에서 쉬고 있으니 유라가 와서 이미 내려갔을 거란다.
자일없이! `올라올 때 계속 자일을 썼던 구간이라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눈상태도 양호하고 올라왔다 내려간 사람들 이 꽤 있어서 가파른 설별이 계단처럼 다져져 있었다.

확보없이 계속 클라이밍다운하면서 근생이를 계속 불러보았으나 대답이 없어, 내려가다가 중간에 병구와 무전통신으로 무사히 내려가고있다고 알리고 근생이가 도착했는지 물었으나 아직은 없다고 한다. 텐트에 도착하니 병구가 뜨거운 차로 마중나오는데 안을 보니 유라만 있다. 새벽 1시, 20시간이 걸렸다.
근생이가 오지않았다고 하여 갑자기 걱정이 앞서 일단 병구에게 무전기를 지참하여 올라가보도록 했다. 나도 차를 마신 뒤 출발하려고 위쪽을 보고 있으니 멀리서 병구와 만나는 랜턴 불빛이 반짝인다. 별이 총총히 뜬 하늘을 바라보며 남은 차를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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