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에서 얻는 것

by 최정일 posted Nov 2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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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풋한 마음으로 오랜만에 OB산행에 동참했다.
나의 무성의한 탓으로 어쩌다 보는 얼굴이지만 선후배님들과의 만남은 무언가
느낌이 있어 좋았다.
  상견례(?)가 끝나면서 산행은 시작되었다. 일요산행은 사람들과의 붙음으로 시작
해서 끝나는 것 같다. 근교 산행코스가 무리하지 않은 탓인지 인산인해가 된 산길에서
앞사람 배낭만 보고 감에 늦가을의 산세를 느낄 여분이 없어 조금은 심심했다.
족두리봉 아래에 이르니  국립공원 관계자들의 애씀이 곳곳에 보인다.  무리하게 바위
로 붙는 남녀꾼들의 모습, 아슬아슬한 바위 가장자리에 앉아 불확실기한의 소주병을
놓고 왁자그르르 기염을 토하시는 분들, 이제는 산행에서 가져야 될 모양새가 시세
따라 많이 변해진 것 같다. 산 좀 탄다는 사람들이........
각 코스를 돌아 절터 자리에서 점심을 먹었다. 큰 배낭 속에서 끝도 없이 내 주시는
윤찬선배님의 약술들, 박민원선배님의 안방마님께서 싸오신 푸짐한 반찬들, 대견한 마음
뿐이다.
  작년에 퇴임하면서 대부분이 월요일에서 목요일 사이에서 단독 산행을 즐기게 되었다.
인적없는 산길에서 오붓하게 산행한다는 것이 다른 어떤 것에서 가져 볼 수 없는  무엇을
얻는 것 같아 애용한다.
서울 근교의 산들은 신의 축복으로 아기자기한 코스가 많아 선택만 잘하면 시장 분위기를
못 느낄 터인데 몰리는 코스에만 북적대는 것은 이해가 안간다. 그래도 오늘은 선후배님들
과 산행 후 폭신한 소파에 앉아 생맥주잔의 꼭지를 만지작거리면서 살아가는 이런저런 이야
기 속에 나도 초로의 생활인이 되어 가고 있구나를 생각해 본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산은 참으로 좋다. 작은 머리 가지고 산에 갔다가 큰 생각들을 얻어 가지고  올 때의 기쁨.
꼭 얻고자해서 가는 것은 아니지만........그래서 산을 좋아한지도 모른다. 중2부터 시작한
것이 50년 가까이 되어 가고 있으니. 그래 산에는 사람도 많아야 되지. 재작년 태백산에서
러셀이 안 된, 우일사에서 시작된 산행이 허리까지 빠지면서 오른 적이 있었다. 야 여기는
사람이 하나도 없네 하면서 당골로 하산했던 그 시간. 그렇구나 모든 걸 다듬고 주변과의
호응과 탐탁한 마음으로 이지렁스러운 눈도 가끔은 가지면서 바람따라 다니면서 산색을
닮아 가는 사람이 되야지.
복장이 너무 젊어요, 점점 세련되 갑니다라는 후배님들이 추켜 세우는 정감 어린 이야기를
배낭 뒤에 달면서 버스에 올랐다.
인생을 재출발(?)하는 이 시점에서 모든 게 변한 만큼 나도 빨리 순응, 적응, 변화되어야
할 터인데.
  • profile
    홍성대 2007.11.27 14:04
    산과 같은 포근한 선배님.
    산을 닮아가는 우리는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