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월 인수봉 등반기

by 이종태 posted Feb 1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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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봉 등반기
  오랜 가뭄으로 전국적인 식수난과 바짝 마른낙엽으로 그 어느 때 보다 산불을 조심해야 될 때에 제법 많은 양의 고마운 비가 내렸다. 토요일 동기 산악회 청계산 산행을 마치고 일찍 귀가해서 내일 산행준비를 했다. 물에 불려놓은 마른 오징어로 튀김을 만들고 전부터 산행메뉴로 염두에 두었던 닭 칼국수 재료를 준비했다.  일요일 아침 8시까지 야영지로 간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집사람이 도선사까지 태워 주었다. 아내는 불교신자여서 대입준비를 하는 아들을 위해 도선사를 자주 찾는다.
  야영지에 도착하니 이제 막 아침 준비를 하는 것 같다. 상현이와 병국이는 눈 속에서 비박을 한 것 같고. 점심메뉴로 준비한 칼국수를 아침으로 대신 먹고 나서 기상상태가 나빠 인수 등반을 할까 말까 잠시 의견을 교환했다. 김 근생 후배가 갈 수 있는데 까지 가보자고 해서 암벽장비를  챙겨 길을 나섰다.
  막바지 추위로 기온은 많이 내려갔고 어제 내린 눈으로 바위는 매우 미끄러울 뿐만 아니라 곳곳에 얼음이 덥혀있었다. 거기에 바람까지. 약간 걱정은 되었지만 근생이와 상현이의 클라이밍 실력을 알기 때문에 편하게 마음먹기로 하였다. 암벽등반을 오랜만에 하기 때문에 새로운 등반 기술과 사용 경험이 없던 장비를 후배들의 설명에 따라 하나씩 시도해보며 Third로 등반을 시작했다. 오늘 가장 난 코스인 중간에 얼음이 끼여 있는 크랙에서는 아이스바일을 써서 오르는 것을 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은 사람은 뭐가 달라도 역시 달랐다. 나도 후배들의 짐이 되지 않게 최선을 다했다. 그동안 꾸준히 체력관리를 해온 덕분에 큰  무리없이 등반했다고 보는데 후배들은 어떤 평가를 할런지... 중간 중간 자일을 정리하고 장비를 챙기느라 병국이와 병구가 고생이 많았고 전체적인 등반조율과 안전 확보는 팀 리더인 김영오 후배가 관장했다. 귀바위를 통과할 때는 옛날 생각에 기분이 착찹했다. 정상에 오르니 바람이 너무 세고 추워서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건너편 백운대에도 평소보다 적은 등산객이 보이고 오늘 인수봉을 오른 팀은 우리를 포함 세 팀밖에 안 되는 것 같았다.  
  텐트로 돌아오니 동순이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많은 걱정을 하였던 것 같다. 우리가 얼굴을 보이자 누구보다 반갑게 맞이해 준다. 동순이는 우리가 클라이밍을 스타트하는 곳까지 쫓아와서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다시 돌아갔는데 오가는 길이 눈으로 위험하여 걱정이 되었다. 마치 전시에 목숨을 걸고 취재현장을 쫓아다니는 종군기자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짐을 정리하고 주위 청소를 하며 하산 준비를 서둘렀다.  오늘도 큰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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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생 2009.02.16 17:34
    조목조목 상황에 맞게 잘 써주신 멋진 등반기 잘 읽었습니다. 2009년엔 자주 이런 기회를 가졌으면 합니다. 항산 건강하시고 올해는 바라는 일들이 뜻대로 이루어 지시길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