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실투실한 신년산행

by 최정일 posted Jan 1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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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회 최정일

기축년,신년 산행의 날, 흐린 날씨지만 어제까지만해도 대한 추위를 미리 하느라고 기를 피더니 양정산악회의 신년산행이라고 오늘은 따스한 기운이 감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오랜만에 정릉계곡에 와보니 이름있던 청수장도 없어지고 집들은 산 밑에 까지 밀고 들어와 낯선 곳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게 변성작용이 되는건지 정릉탐방매표소에 닿고 보니 4,5회 큰선배님들께서 나오셨고 반가운 새해 인사와 덕담을 안고서 일행은 출발했다.
낙엽 밑에 불거져 나와 있는 돌들 사이로 눈들이 얼어 미끄러운 곳도 더러 있어 조심스럽게 걷다 보니 계곡이 어떻게 변한 건지도 모르고 앞사람 엉덩이만 보면서 1시간 20분에 걸쳐 보국문에 닿았다.
아래로 보이는 뿌연 잿빛의 건물들, 맑아야 할 내 정신이 갑자기 혼탁해진다. 우리 둘레는 사람이 머물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 같다.
기념 사진 한 컷, 이번에는 중앙에 앉아 오렌지 기를 안고 렌즈에 담길 수 있는 광영을 가지게 된 것도 행운(?)이었다.
보국사지에 이르니 박경수 동문의 산성과 성문의 종류에 대하여 설명을 듣고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산도 가지만 우리는 산에서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배우고 익힌 뒤에는 그것을 바르게 실행해야 참다운 산사람이라는데...
조심조심 하산이 시작되다. 하늘빛은 주먹심이다. 행궁지 옆 억새풀이 누운 자리에 큰 선배 한 분이 자리를 잡으시고 이어 중간주가 일배씩 돌기 시작했다. 선후배간에 스며드는 정이 감미롭다.
저만치 흰눈을 뒤집어 쓰고 있는 이등변삼각형의 노적봉이 꼭 네팔의 어느 봉우리와 닮은 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 든다. 중성문을 지나 대서문에 도착하니 머다란 산길 속에 오늘 산행은 7Km. 소요시간이 3시간 30분이 걸렸다. 소극적인 생각이었지만 짧은 시간속에 많은 것을 비워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산에만 오면 좋기만 하다.
오늘 산행의 뒤풀이는 우정상 선배님과 김형복 동문님이 맛있는 점심을 제공하여 주셔서 듬성듬성 비어있는 위를 가득 채울 수 있어 흐무뭇하다.
올해도 우리 양정산악회는 생기와 늘품이 가득하겠다.

                                                            2009년 1.18 산행 저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