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산행기(2008년 10월 청계산)

by 관리자 posted Oct 2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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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9회  박  경현
'담배 끊는 것에 스트레스 받을 바엔 피우고 만다.'
'지금 안피우고 있지만 언제든 피울 수 있지......' 조재국 선배님의 끽연론이 이어지는데 웬 낯선 분이 불쑥 끼어든다.
'담배는 싫어지면 10m 밖에서도 냄새가 역겨워지지요'
그리고는 담소가 이어진다. 아니 이 분이 언제 봤다고......

청계 산행은 이렇게 이어졌다. 국사봉, 만경대를 바라보며 능선길을 관망하듯 여유로움과 정취 또한 즐거웠다. 마주치는 사람들도 산꾼이 아닌 행락객인양 불쑥불쑥 말 건네기가 편했다. 이렇듯 산세가 평온하니 마음마저 여유가 있는 듯했다.

출발지점이 엇갈린 조재국 형님을 응봉아래 묘지에서 만났다. 10시 정각에 떠나신 윤찬 선배님께 전화걸어 '누가 쫒으러 옵니까?'하시며 기다리라 하신다. 서둘러 올라가니 산 위 공터에서 만날 수 있었다. 기다리다 지쳐서 주변 경관을 두루 음미하고 계셨다. 인사를 드리자 바로 출발이다. 몸이 참으로 잰 분이시다. 평지나 오르막 길이나 탄력을 받는 듯 쭉쭉 나아가신다. 조재국 선배님은 생각보다 긴 다리로 꾸준히 성큼성큼 나아가신다. 숏다리가 문제일까, 평소 책상에만 앉아 있어서인가 아뭏든 몸이 열을 받을 때까지는 고생이 이어진다. 그래도 내가 누구인가<롤링이다>. 학교 다닐 때 기슬링을 메면 좌우길이가 상하길이와 같다하여 붙여졌지만 탄력 받으면 구르듯이 마구 걸어간다 하지 않았나. 그리고 나를 따라오다 지쳐버린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세석 평전에서 남선우 형이 인정해 주었고, 십이선녀탕에서 도형 형이 손들어 버렸었다. 추억어린 옛 기억을 떠올리며 악착같이 따라 붙었다. <그래!! 다음부턴 다리 날렵한 사람과 긴 사람 뒤에는 서지 말아야지>다짐하며 교훈으로 삼는다.

헬기장을 지나며 산 비탈에 짐을 풀어 놓는다. 도시락 뚜껑을 열기가 무섭게 윤찬 선배님이 준비하신 약주부터 돈다. 재국 선배님! 맛에 반해 옆자리에 바싹 붙여 놓는다. 7가지 약초가 들었다 하는데 약초라기보다는 그윽한 술 향기가 좋았다. 또 다른 약주가 두 가지나 더해졌다. 달리 오미자주를 가져가라고 한병 주신다. 흑미 밥에 다슬기 된장국이라 역시 재국 선배님의 건강식다워 보였다. 고추에 쌈장, 방울토마토 김치 볶음 이는 내 아내의 취향이었다.
토요산행이며, 야영산행, 산악회의 현 추세 등 걱정과 격려, 그리고 참여와 장래의 목표등에 술술 화제가 이어졌다.

이수봉을 거쳐 옛골로 내려가는 길은 두 선배님의 옛 정담으로 이어졌다. 윤찬 선배님은 본래 금토동 출신이라 지형을 잘 알고 계셨고, 조재국 선배님은 쳥계사 윗 터가 집안 시제를 지내는 곳이라 청계산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셔서 얘기가 잘 이어졌다. 덕분에 좋은 경험담을 들으며 산행을 흐믓하게 마무리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