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산행기(2008년 9월 수락산)

by 박경현 posted Sep 2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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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수락산이었다.
아기자기한 암릉 들로 줄지어 이어져 있으면서도, 주변의 불암산. 도봉산과도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천년 고찰 흥국사가 있는가 하면 조선시대 석림사가 들어서 있고 바로 곁에는 현대 문명의 아파트들이 줄지어 있다.
이렇듯 내게 다가온 수락은 조화와 평온한 자연이었다. 그 속에 산행의 동반자 3인은 호흡을 맞추고, 흉금을 털어놓으며 잔잔한 인생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당고개역에서 출발한 우리는 민가를 지나 흥국사 옆길을 거치며 막바로 능선으로 오르기로 했다. 산길을 오르며 널부러져 있는 상수리, 도토리 등은 윤찬 선배님의 묵 제조 비법의 소재가 되었다. 깍듯이 경청하는 재우형으로 인해 모든 애기가 진지해 졌다. 그리고 개인사, 가정사 얘기도 두런두런 이어졌다. 산등성을 오르며 재우형이 쉬자고 한다. 아마도 나 때문이었으리라. 숨을 가빠해하는 내 모습을 보며 먼저 말을 대신해 주신 것 같았다. 윤찬 선배님이 전망좋은 바위터를 골라 자리 잡았다. 재빨리 준비한 얼음물을 권했다. 그런데 선배님은 손수 달인 약초물을 꺼내신다. 그리고 자신은 마시지도 않으며 자꾸 건네신다. 아마도 이렇게 무언가 후배에게 해 주고픈가 보다. 예전에는 갖가지 직접 담근 술을 산꼭대기까지 가지고 가셔서 풀어 놓으시더니...... (사실 선배님은 술을 입에도 대지 않으신다.)
능선에 올라 마주치는 바위마다 다 올라본다. 발에 와 닿는 느낌이 짝짝 달라붙는 듯하다.손에 맞닿는 느낌 또한 거칠거칠 하면서도 포근하다. 예전 암벽 등반의 느낌이 떠오른다. 이 맛에 바위타러 다니는 것일까. 이어지는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락 내리락하다 보니 어느덧 정상! 흐리던 날씨가 빗줄기로 이어진다. 아직 식전인데 어쩌나. 서둘러 하산길을 잡는다. 그리고 작은 나무 밑에 식판을 벌였다. 밥과 과일을 준비한 내 식단은 재우형의 다양한 반찬으로 준비된 식단과 어우러지고, 윤찬 선배님의 다양한 술과 차들로 인해 세상의 모든 음식들이 모여진 것 같았다. 이왕 비에 젖은 몸, 간단히 우의 등을 걸치고 인생이야기로 접어들었다.
하산 길은 비 때문에 미끄러워진 뿌리며 돌들로 인해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았다. 먼저 마신 약간의 곡주가 발걸음을 거칠게 내뻗게 했지만 마음만은 긴장이 되었다. 석림사 옆 큰 길로 들어서니 한결 발걸음이 편안해졌다.
장암역 인근에 다다르니 윤찬 선배님이 음료수로 한턱 내신다. 정상에서 못 다 내 놓은 약주도 꺼내신다. 재우형이 맛에 반해, 향에 취해 일배 일배 들이킨다. 운전 때문에 꺼리던 내게 선배님이 달리 한병을 주신다. 빗속의 정담, 훈훈한 입담. 멋진 추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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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우 2008.09.25 17:26
    경현, 개인사정으로 참석치못해 미안한마음 못내아쉬워, 산행기가 언제나 싸이트에 뜨나 기다리다 지금보았소.
    오손도손 세사람(윤찬형,재우,경현)의 산행이 내몸에 정겹게 와닿는것같았소.그럼 다음기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