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을 메고 광화문 광장을 걷다

by 최정일 posted Sep 2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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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배낭을 메고 광화문 광장을 걷다                                      최정일

  산행이 있을  때마다 가끔씩 가본 청계산 코스를 오늘은 서울대공원 방향으로 잡혀 항상 밝게 정진하는 선후배님들과의 산행을 가지게 되었다.
  해발 615m의 청계산은 서울 서초구와 경기도 과천, 성남, 의왕의 경계를 이루는 산인데 네 구역에서 산행하는 등산로가 다양하여 등반객의 산행이 엄청나다.
  근교산중에 인기있는 산이라 그런지 산길이 타일처럼 번들거리고 먼지와 많은 산인들이 오고가는 길위에는 무디어진 안면만이 어른거린다.
  그속에서 청계산을 손바닥에 놓고 코스와 주행시간을 알려주시는 조재국 선배님의 원칭대명사가 육미탕이다.  매봉 전망대에서 잠시 휴식.  청계사옆 넓은 공터에서 점심시간을 가졌다.  맛있게 준비해온 후배님의 김치와 오이무침, 다이어트 식품으로 건강을 다진다고 알려져있는 닭가슴살도 시식해보고, 식사후에는 양정산악반이 한국산악사에 자리매김하고 있는 모습을 설파하시는 홍용표 선배님, 꿈많은 2세들의 미래를 열고 갈 수 있는 길을 가르치며 염려하는 40, 50 후배 세대들의 부모역할에 대한 이야기가 진지하게 나뉜다.
  식사후 유서깊은 청계사 경내로 들어섰다.  한참 공양중이라 어수선하지만 경내에는 국가보물 제11호인 동종이 있고 우담바라 꽃이 피어 화제가 되기도 한 사찰인데, 올라온 코스만큼 내려가야 한다는 이야기에 다리가 풀린다.
  문득 박완서의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라는 소설이 생각난다.  작가의 자화상을 그린, 성년의 나날들을 그린 작품으로써 재미있게 읽은 소설인데 풀린 다리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다.
  '내가 정말 산악반이었나'하고.  자꾸 대항해오는 나이와 후배 세대들에게 마음속으로는 버거운 하루였지만 김종하 회장 장녀의 결혼식장으로 가는 나는 배낭을 메고 오늘도 삶속에 하루가 즐거웠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높은 가을이 머리위로 올라오는 광화문 광장을 당당하게 걸었다.
  • profile
    관리자 2011.09.26 08:33
    선배님, 언제나 격이 다른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손주보는 재미에만 빠지지 마시고 저희 곁에 오래 남아주시길 바라겠씁니다.
  • ?
    조재국 2011.10.05 07:14
    어-어- 정일이도 벌써 손자가있어. 난 나만 나이먹는줄 알았어. 六味湯, 肉味湯! 어디에 붙여볼까? 항상산행 후기의 매끄러운 글들이 눈을 줄겁게 해주니 고마운 일이야. 부지런히 나와서 좋은 글 많이 남겨 주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