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산행기

by 이종태 posted Jun 2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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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태풍과 폭우로 북한산 입산 통제한다고 아침 일찍 일섭이가 전화를 했다. 이틀 전 산행지를 가리왕산에서 북한산으로 변경하고 일섭에게 산행코스를 알려줬다. 시간이 맞으면 산성입구에서 얼굴 한 번 보자고 했는데 또 코스를 변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불광역 7번 출구 앞에는 우천에 대비한 방수복으로 중무장한  일단의 회원이 모여 들었다. 잠시 오늘 상황을 설명하고 탕춘대 능선을 따라 상명대학을 거쳐 인왕산을 넘어가는 코스로 합의를 보았다.
   여느 때 같으면 불광역 앞은 등산하는 사람들로 서로 어깨를 부디치는 모습이었을 텐데 오늘은 썰렁한 느낌이 들 정도로 한산하고 무리를 지어 등산하는 팀은 우리가 거의 유일한 것 같다. 등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우리의 모습을 보면 열정이 대단하다고 할지 아니면 약간 맛이 간 사람으로 생각할지... 하기야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에 나오는 기인이나 ‘16년 동안 자전거만 타는 달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장미공원을 지나 탕춘대 능선을 오르면서는 빗줄기가 더욱 굵어지고 바람도 더욱 거세져서 경사진 곳에 있는 나무는 당장이라도 뽑힐 듯 좌우로 요동을 쳐 댄다. 오늘 산행에 참가한 분들은 나름 산에 대해 일가견이 있으신 분들이어서 악천우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편안한 표정으로 산행을 즐기시는 것 같다.
   흔히들 자기가 하는 취미활동을 인생에 비유하기도 한다. 골퍼는 골프 게임을 우리의 인생살이와 같다고 말한다. 그런데 등산 활동이야 말로 내가 지금까지 살아 온 인생의 3분의 2를 지배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동안 몇 번의 위험한 일도 경험하고 산과 관련하여 좋은 분들도 만나고, 여러 가지 정신적으로 힘들고 나약해 질 때 나에게 구원의 손길도 보내준 산을 요즘은 즐기질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빗속에 2시간을 강행하니 속옷까지 찬 습기가 뻗쳐온다. 상명대학 입구에 이르니 몇몇 분이 인왕산은 다음 기회로 미루자고 의견을 내신다. 적당한 때에 물러나는 것도 산이 일러준 교훈이라는 것을 알기에 산행을 마치고 독립문 도가니탕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