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천성 금산(金山, 6410m) 등반기

by 김근생 posted May 1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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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천성 금산(金山, 6410m) 산행기록

                                                                                                               글쓴이: 김  근  생

니하오~~ 중국항공 승무원의 상냥한 인사소리를 뒤로 한 채 좌석에 앉았다.
이제 정말 원정을 가긴 가나 보다. 모두들 그동안 없는 시간 쪼개어 장비며 식량이며 준비한 노력이 성과를 맺는것 같다.

3시간 반을 날아 중국 사천선의 수도인 성도공항에 안착했다. 낯설은 이국의 향내가 콧가를 스친다. 호텔에 짐을 풀고 약 1시간 가량, 앞으로의 일정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취침에 들어간다.

다음날 새벽 25인승 버스 한대와 짐차를 전세내어 정부연락관,통역과 함께 우리의 목표인 금산으로 출발..카라코람 하이웨이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한 아슬아슬한 대협곡의 구불구불한 길을 버스로 약 8시간을 꼬박달리는 동안 차창밖으로 비치는 중국의 역동하는 발전의 느낌을 실제 체험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첩첩산중 쓰러져 가는 허름한 농가에도 최신식의 접시형 위성 안테나와 셋톱박스가 설치되어 온가족이 TV시청을 하고 있었으며, 산능선을 가로질러 전기 철탑이 놓여져 고산지역 마을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여러 부류로 흩어진 중국 소수민족들의 언어장벽을 허물고자 하는 중국 당국의 야심찬 계획이 이 고산지역 조그만 마을에도 실현되는듯 했다. 아직 미약하지만 다른 중국땅에 비해 뒤떨어지는 서부지역의 대개발을 기치로 끝없이 어어지는 길을 닦는 공사가 그 의지를 여실히 증명해 주는듯 하다.

등반대를 태운 차는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즈음 금산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모시라는 조그만 우리나라 시골동네를 연상시키는 곳에 다다랐다. 사천성 음식은 맵고,짜고,속이 느끼할 만큼 기름지다..오늘 꿈에는 시원한 김치찌개를 끊여 먹는 꿈이나 꿔야겠다..그런데 호텔이 왜이리 추운지 모르겠다. 난방이 전혀 안되는것 같다.

다음날 아침 모시의 시장에서 무척 싼 야채,고기,과일,부식 거리를 사고 기존의 타고온 버스보다 좀더 크고 넓은 금산으로 들어가는 전용통행버스 한대에 갈아탄 후 우리 일행은 우리의 최종목표인 베이스 캠프로 향했다. 이곳이 아열대 기후이고 수량이 풍부해서 그런지 기온이 12월인데도 야자수며 이끼낀 고목들이 죽 늘어서 아마존 어느 밀림에 들어온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고도가 벌써 3000미터를 올라가는데도 키가 큰 야자수가 보인다. 공가산의 베이스캠프로 이용된다는 온천과 숙소가 있는 제2호영지를 지나 케이블카가 있는 3호영지까지 약 1시간 반을 차로 구불구불한 산길을 올랐다. 마지막 3호영지에서 베이스까지는 케이블카로 운행을 한다. 케이블카는 오스트리아가 제공을 했고 설치는 일본인들이 했다한다. 올라가는 동안 밑으로 펼쳐진 거대한 공가빙하가 우리를 압도한다. 곳곳에 입을 벌린 커다란 크레바스를 보니 80년대 초반 케이블카가 없었던 그 당시 공가산을 초등한 일본 등반대는 필요한 장비가 많았으리라 예상된다. 이곳에 대한 등반자료는 생긴지 얼마안된 사천성 등산협회 보다 일본에 문의하는것이 빠르다고 한다.

약 15분쯤 올라가니 제복을 입은 중국 공안이 반갑게 맞아준다. 드디어 도착했다. 서울을 출발한지 3일째..서둘러 짐을 옮기고 텐트를 치고, 다음날 필요한 식량과 장비를 정리하고 모두들 분주하다. 간단한 과일과 술,향을 준비하여 등반을 무사히 치루어 낼수 있도록 제사도 지냈다. 날씨는 예상대로 안개가 자욱하고 싸래기 눈까지 내렸다. 내일은 맑아지리라 기도하며 잠자리에 든다.

전날의 기도가 산신을 감동시켰는지 날씨는 쾌청하다.
그런데 밖이 어수선하다, 이곳의 터줏대감인 장족들이 웅성거리며 베이스 주변으로 모여든다. 케이블카 운행요원과 관광객들도 우리 텐트 앞으로 와서 신기한듯 옆에서 지켜보고, 어느 사람은 만져보고 두드려보고 한다. 이곳을 찾는 원정대가 거의 없기에 마냥 신기해 보이나 보다.

장족은 케이블카 이용료(왕복 160위엔)가 높기 때문에 이 높은 곳까지 옷도 허술한채로 올라와 직접 캔 어른 머리만한 영지버섯을 팔기도 하며 관광객들에게 아이젠을 빌려주며 생계를 유지하는 것 같다. 사람의 생명력은 정말 끈질긴것 같다.

이번 금산 등반의 루트는 당초 예상한 서릉이었다. 자료는 거의 전무했으며 사진한장과 중국 정부에서 제공한 엉성한 군사지도를 가지고 루트에 접근하기란 첫날 부터 쉽지 않았다. 배낭을 지고 눈이 쌓인 잡목숲을 헤치며 길을 찾기란 고역이었다.

우여곡절끝에 잡목숲을 지나 설원에 도착하니 사방이 확트인다. 그야말로 절경이다. 공가산군의 전반적인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일단 잡목숲밑에 ABC(4200m)를 구축하고 여러 대원이 모여 다음날 등반에 대한 회의를 한후 잠자리에 든다. 고도를 버스와 케이블카로 한꺼번에 올려서 그런지 머리가 약간 띵해옴을 느낀다.
모두들 눈과 잡목에 시달려서 곤한 잠자리가 되리라..

다음날 아침 밝은 햇살이 텐트를 비춘다. 날씨는 정말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좋다. 우려했던 날씨가 뒷받침을 해주니 다들 안심이 되는 듯 하다. 전날 봐둔 잡목숲을 지나 설원쪽으로 길을 잡았다. 오른쪽 뻗어내린 능선을 타려 했으나 중간으로 직상하기로 했다. 아래의 운해가 정말 멋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올라가면 갈수록 눈이 적어 지기는 커녕 점점 눈이 많아져 허리까지 푹푹 빠지는데 장사가 없는듯하다. 정말 단내가 날 정도로 러셀을 하며 전진을 했다. 이런 식으로 하다간 정말 하루에 200미터도 못갈것 같다. 설원을 넘어서면 약간 누운 벽이 나오고 또 설원을 올라서면 누운 벽이 나온다. 계속되는 러셀에 숨들이 가빠지는 듯하다..잠재된 체력은 이럴때 필요한가보다..

오후 3시경 텐트를 또 쳤다. 뒤에서 올라오는 지원조도 힘들 것이다. 바람도 세기 때문에 다음날 올라오는 지원도조 러셀을 피하기란 그리 수월치 않을 것이다. 정말 훈련은 제대로 하는것 같다. 잠자리에 들기전 하늘을 보니 별이 총총하다..오기전에 들었던 날씨와는 전혀 반대다..앞으로 며칠만 이런날이 계속되길 빌며 침낭에 몸을 넣는다.

등반 3일째 오른쪽 공가빙하쪽으로 방향을 약간씩 틀어본다. 중간에 혹시 모를 크래바스를 피하기 위해서다. 눈은 전혀 줄어들 기색이 안보인다. 등반대장님의 지시로 짐을 가볍게 꾸렸는데도 러셀을 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숨을 헐떡거리며 또 설원을 지나 누운 설벽으로...이어지는 러셀에 모두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대원을 교체해 가며 공가의 품속으로 전진 또 전진한다. 올라가는 도중 미리준비한 대나무 표시기를 박아놓고 짐을 데포하고 내려왔다.

대원중의 몇몇이 고소증세를 호소한다. 일정이 빡빡하다 보니 하루도 쉬는 날 없이 무리한 운행을 해서인가보다. 대장님 이하 여러 선배님들이 올라와 격려를 해주시고 내려간다. 다들 대단하신것 같다. 비디오카메라까지 챙겨오시어 우리를 즐겁게 해주신다. 바람이 세다. 텐트폴이 얼굴에 닿을 정도로 폴대가 휘어진다. 기온은 그리 낮지를 않아 다행이다. 영하 7도를 가리킨다..

등반 4일째 오늘도 고단한 러셀이다. 이젠 정말 지겨운 생각마저 든다. 마음같아서는 단번에 몇 십 발자욱을 한꺼번에 치고 나가고 싶지만 갈만하면 푹빠지는 통에 미칠것같다. 내려오는데는 5~10분이지만 올라가려면 30~50분이 걸린다. 이번 등반은 정말 눈과의 싸움인것같다. 힘도 힘이지만 요령도 많이 필요하다. 무릅을 잘 이용하면 눈을 다지는데는 큰 도움이 되는것 같다.

오늘도 약 300미터 밖에 전진을 못한것 같다. 벌써 캠프는 3개째..상단에 보이는 무명봉까진 이제 얼마남지 않은것 같다. 고도는 4600미터를 가리킨다. 오후 3시경 정리를 마치고 빙하쪽으로 내려같다. 공가빙하의 상단부에 올라섰다. 좌우로 보이는 무명의 거벽들이 압도한다. 길이 수월해 보이는 산이 한 곳도 없어 보인다.

약간 오른쪽으로 더 틀어 올라가니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서릉과 우라가 올라가는 길과는 빙하는 중심으로 뚝 끊어져 있었다. 사진으로 보기엔 지릉처럼 보였었는데..
오른쪽 금산 주능선으로 가기위해서는 온길 만큼 더 가야할 것 같았다.

주능선을 타려면 우리가 올라가고 있는 지릉의 오른쪽 밑부분을 트래버스해서 넘어가거나 공가빙하의 왼쪽으로 바짝 붙어 넘어가면 될 것 같다. 그리고 금산의 주능선으로 진입하는 곳은 잘 발달한 상단 위쪽 커다란 눈처마가 입을 벌리듯 아래쪽으로 향하고 있어서 그 뒤로 완전히 돌아가는 설벽구간을 찾아야 할것 같았다. 정찰을 마치고 피곤한 나머지 텐트안에 들어와 죽을 한코펠 끓여 먹고 B.C와 교신을 한 후 잠이들었다.

잠깐 잠을 깨어 소변을 보려고 밖으로 나가니 밖은 바람은 세지만 별은 총총하다. 내일도 날씨는 맑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등반을 할 수 있는 날짜도 하루밖에 남질 않았다. 내일은 왼쪽 바위로 이루어진 지릉의 중간지점의 안부에 올라서기로 하고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니 운해가 텐트 밑으로 펼쳐진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지원조 3명이 올라와 같이 루트 파인딩을 했다. 공격조 2명은 전날 봐두었던 왼쪽의 움푹한 안부로 올라섰다. 이곳 역시 눈이 많아 빈몸인데도 힘들다. 아래는 뚝 끊어진 커니스 부분이었고 오른쪽으로 끊어진 무명봉(5900m)으로 이어지는 설벽구간은 쉬어보인다. 그리고 밑에서 보이지 않는 금산의 왼쪽 부분을 보았는데 정상을 오른쪽에 두고 칼날능선 이어져 있고 있었다. 바로 보이는 벽은 청빙은 아닌듯 했으며 상단은 눈이 많이 쌓여있었다. 고도는 4900미터. 지원조 3명은 밑에서 공가빙하로 내려서 루트를 정찰하는것 같다.

공격조는 오늘 여기서 하루 더 자고 내일 무명봉 아래쪽으로 트래버스하여 금산의 오른쪽을 자세히 정찰해 보기로 하였으나 대장님의 지시에 따라 오늘 전 캠프를 철수하기로 하였다. 아쉽지만 훈련은 여기서 끝마치기로 하고 철수 준비를 서둘렀다. 시간은 오후 2시가 넘어섰다. B.C 까지 내려가는 도중에 글리세이딩을 하려니 눈이 많아 몇 미터를 못간다. 단숨에 내려가면 얼마나 좋으련만..스키장비라도 가져 왔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오후 7시경 우리는 전원 모두다 무사히 베이스에 도착하여 남은 대원들의 환영을 받았다. 반가운 얼굴들이다. 모두들 건강해 보이니 다행이다. 오랜만에 찬치집같은 분위기 속에 김치찌개며 고추장 양념된 돼지고기를 먹으니 위에서 고소식만 먹던 사람들은 게눈처럼 음식을 감춘다.

다음날 아침 8시경 기상하여 배낭을 다시 꾸린다. 첫날 보았던 장족들이 우르르 몰려와 영지며 버섯을 사라한다. 순박해 보이는 모습들이 너무도 좋다. 오늘도 날씨는 맑아 전대원이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텐트를 꾸리고 배낭이며 식량을 정리한다. 점심 무렵 케이블카에 몸을 싣고 내려갔다. 우리를 태울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이곳 현지 사람들과 케이블카 근무자들이 얘기하길, 우린 복받았다고 한다. 날씨가 이렇게 몇 일씩 계속 좋은 날은 거의 드물다고 하니 말이다.

짐을 싣고 제2호 영지로 내려가 점심겸 간단한 자축 파티를 하고 뜨거운 야외온천에 몸을 담그니 그동안의 피로가 말끔히 가시는것 같다. 눈꽃으로 뒤덮힌 설악의 겨울 계곡같은 주변환경과 추운데 속옷 하나 걸치고 탕을 이곳 저곳 옮겨다니는 것도 재밌다. 어둑해질무렵 모시까지 단번에 버스로 내려가 피곤한 몸을 오랜만에 편한 침대에서 녹여본다.

다음날 아침 우리가 처음 성도에서 온길과는 다른 기존 길보다 2시간이 단축된다는 이랑산 터널을 통과하기로 하고 출발하였으나 가는 도중 도로공사 구간의 산에 사태가 나 그것을 치우는 3시간 반동안 우린 꼼짝도 못하고 길거리에 있었다. 그러나 중국사람들은 한마디 불평도 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리는것을 보고 중국사람들의 여유로움에 감탄을 한다. 조금 있으려니 언제 나타났는지 과자며 컵라면,곶감,약초를 파는 사람들이 몰린다. 이 오지의 흑먼지 자욱한 첩첩산중 도로가에서 장사를 하다니 정말 대단한 민족이다.

돌아오는 길 버스에서 산노래를 부르는 대원들의 노래소리가 우렁차다. 모두들 즐거운 등반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저녁에 성도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고 저녁을 마치고 간단한 뒷풀이를 가진후 잠자리에 든다. 내일은 서울로 간다. 보고싶은 가족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다음날 우린 새벽에 기상하여 중국의 가짜이지만 진짜인(?) 장비점에 들러 국내보다 반값도 안되는 장비를 조금씩 구매한후 삼국지의 유비 현덕 묘에 잠시들러 관광을 하고 공항으로 출발하여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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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를 최대한 끌어올려 3400미터의 케이블카 끝나는 지점에서 짐을 재 포장하여 현지인인 장족들과 협의하여 페이를 정한다음 4200지점의 잡목숲 밑 지점까지 짐수송과 베이스를 옮겨 등반을 시작하면 훨씬 더 수월할 것이다. 처음 간 곳이라 아직 개념이 없어서 그런것 같다. 물론 이곳을 찾는 사람이 없어 현지인들도 잘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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