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총동창회 산행대회가 있던 날

by 최정일 posted Apr 2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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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제11회 총동창회 산행대회가 있던 날                    
                                                                                                                      46회 최정일

  산에 취해 산에 가는 건지, 아니면 시간 메우자고 산행하는 건지. 이런 갈림길에서 어김없이 찾아오는
총동창회 주최인 산행대회가 있는 날. 꾸릴것도 없는 간단한 배낭을 매고 나섰다.
  내면에 꿈틀대는 본능만 가지고 도착하니 OB산악회 골수(?)들만이 공간을 차지하며 대회 전반운영을
도맡아 준비에 애쓰고 있다.
  그런데 건강기운좋고 개근이시던 선배님 몇분이 안보인다. 바쁘신가보다.
  매년 같은 코스로 우리는 15조가 되어 발딛기 시작했다.
  산행할 때마다 조금씩 새근대는 숨사이로 산기가 스며들기 시작한다. 양지바른 둔덕에 자리잡은
산벚꽃과 진달래, 생강나무가 다가드는 우리들을 반겨준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모두가 종착지를 향하여 여유있는 발걸음들이다.
  모롱이 둘린곳 하나 지나면 저 깔딱은 언제 오르려나하는 무거운 마음이 한 발자국 내디딜때마다
풀리기 시작하면서 제 컨디션을 유지하기 시작한다. 가뿐하다.
  가끔씩 나타나는 암릉에서 따스한 햇살속에 휴식에 들어간다. 눈에익은 연봉들이 즐비하게 감싸준다.
  45회 우정상, 한명남 선배님들이 평범한 우리들의 삶과 답삭 안기는 춘사의 심오한 철학까지. 내내 귀를
즐겁게 해주신다. 씀벅거릴 시간도 없다.
  산속에서 듣는 잡사들은 도시에서 듣고 말하는, 의미도 없는 것들보다 천배나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정말로 염담이다.
  내리막길이다.
  짧은 시간 사이속으로 지나가는 수많은 산객들.
같은 배낭 같은 빛깔의 옷들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치장하고 준비한 모습들이 멋있어 보인다.
  적당한 피로를 느꼈다고 했을 때는 벌써 선후배들의 뒷풀이 여흥속에 시상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다음 산행을 기약하면서 지금쯤은 한갓지는 능선으로 눈을 돌렸다.
  산은 아무리 와도 질리지 않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산이 끌어주면 언제나 오리라 다짐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 ?
    이종태 2011.04.21 11:29
    매 번 산행기 때문에 쩔쩔 매는 후배들을 위해 부탁하면 거절 안하시고 격이 다른 좋은 글을 써주시는 형님, 감사합니다.
  • ?
    고병국 2011.04.21 14:27

    정말 어렵게 부탁드렸는데 흥쾌히 승낙해 주시고 이렇게 좋은 글 보내주신데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