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산행 안내 문자를 받고 가슴이 벅찹니다.
몇년만에 지방산행인가. 건강조절이 잘안되 미루던 산행들이 문자를 통해 나를 젊게 만듭니다.
산에 간다고 며늘애기가 해보낸 섞박지를 먹고 집을 나섰습니다.
선후배님들과 교대역에서 시간에 맞춰 출발했습니다. 차창밖의 낯익은 푸른 어우러짐이 오늘따라 더욱
반갑게 다가옵니다.
푸르름이란 참 좋은 겁니다.뇌와 장이 맑게 청소되는 원류이기 때문이 아닌가요.
차안에서 들려오는 여러 삶들의 낄끼리 이야기 속에는 귀에 감겨오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모인다는 것은 좋은 겁니다.
9시30분 삼가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했습니다. 간단히 몸풀기에 들어가고 산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산행코스는 삼가 탐장지원센터를 기점으로 비로사, 비로봉 그리고 어의곡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새밭유원지까지 11km정도의 코스입니다.
비로사까지의 임도가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 도시냄새가 나지만 신이 만들어 놓은 모든 색깔들이 공존하고 있는
숲들이 우리를 넓게 만들어 줍니다.
강원,경북,충북의 경계를 이루며 웅자를 자랑하는 육산의 소백산.
지금 내가 부드러운 산세를 품어내는 이곳을 걷고 있습니다.
비로사를 뒤로 하면서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갑니다.
능선이 보일듯 하면서도 가까이 오지 않는 봉우리들. 저 능선 건너 겹쳐진 봉우리들은 누가 만들었을까.
산은 모든 것을 포용하는 배려의 신비체입니다. 그속에서 딛고 걷고 있는 나에게 삶의 한조각을 가졌다고 해서
대자연의 신비감에 비견될 수 있을까요.
갈수록 빛의 양이 시간에 따라 많아집니다. 오늘 날씨는 우리 회원님들이 가진 선심덕으로 산행에는 최적의 조건을 가진 날입니다.
달밭골을 지나면서 이름조차 헤아리기 어려운 아름드리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숲길이 끝간데를 모르고 이어집니다.
바람들만이 이따금씩 서걱대며 지나갑니다. 스칠 때마다 천연스러운 나무와 풀들이 반겨 줍니다.
운무가 엷게 펼치려 합니다.
지금은 찾을 수도 그렇다고 아주 잊혀지지도 않는, 가슴아린 얼굴이 갑자기 유행가 가사처럼 운무속에 떠오릅니다.
변하지 않는 모습이겠지 자위하면서 걷습니다. 그러다가 등성이를 보여준다고 하면서도 안보여주는 된비알을 만났습니다.
내 옆구리에 딸려 있던 문소문의 얼굴이 된비알로 지워지자 표정의 변화가 왔습니다.
지워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릅니다.
드디어 1,439m의 비로봉에 올라섰습니다. 범꼬리 야생화가 온통 나를 둘러 쌉니다.
여기가 바로 천상의 화원입니다. 시간대별로 날씨가 바뀐다는 말따라 운무커튼이 오르고 내리고.
우리들은 지금 대자연의 파노라마속에 들러 있습니다.
정상에서 뷔페식의 만찬이 끝나고 단체 증명사진 찍기가 끝나면서 하산이 시작됩니다.
멀리 천체관측소가 서있는 연화봉이 훨찐하게 보입니다.
울울창창 전나무와 크라운 고사리가 지천으로 들러붙은 계곡의 물소리가 교만해진 마음을 보담아 줍니다.
4.6km의 비탈길이 이어지고 숨고를 시간도 없이 걸어 어의곡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종착지인 새밭마을에 당도했습니다.
때맞춰 땀을 씻어주려는 듯 소나기가 내립니다. 오늘 산행이 나에게는 조금은 벅찬 느낌이 듭니다.
박병천 선배님이 쓰신 <산티아고 가는 길>이란 책속에 이런 글이 나옵니다.
알베르게에 도착하기 까지는 마실 물도, 바르(BAR)도 없다.
그 환경을 즐기며 인내심을 가지고 묵묵히 걷는 것외에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다
산티아고까지 갈 수 있는지를 시험받는 길이기도 하다
그래. 오늘 산행이 내위치에서 시험받는 날인 것 같습니다.
대자연의 품에서 가치를 논할 필요는 없다고들 합니다. 주어진 조건에서 만족해야겠지
그리고 계속 조금씩 조금씩 걸어야 겠습니다.
선후배님들과 숙덕의 여고생님들과 한 오늘 산행은 값진 산행이었습니다.
산행 후 단양 솔비천 근처에서 먹은 푸짐한 매기매운탕과 소맥은 하루의 피곤함을 단번에 품어 버렸습니다.
준비하고 끝손질까지 한 회장진에게 감사 드립니다.
아름답고 다정다감한 글 잘 읽었습니다.
문소문으로 듣던 그리운 얼굴을 소백산 가파른 언덕에서 만났네요.
얼마나 힘들었으면 얼굴이 지워졌을까....
된비알에서 숨을 몰아쉬며 힘들어하시는 모습이 상상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