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항상 나에게는 약간 버겁다는 느낌의 양정산악회 정기산행.
가끔 내미는 얼굴에도 반갑게 맞아주시는 선배님들껜 죄송하게도, 북한산이나 도봉산, 수락산 등은 나에겐 좀 먼 거리다.
이런 out of SEOUL 의 비애에도 불구하고 내가 정기모임에 참석하는 이유는 모랄까… 산을 아는 분들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여유? 산기운과 함께 느껴지는 포근함?
그래서일까?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다.
4일째 야근으로 몸은 좀 무거웠지만, 주변에 내가 오늘 수 있는 이런 멋진 산과 따듯한 분들을 만나러 가기에..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마음이 앞서가서 였는지~ 우이동에 도착한 시간이 8시 45분.
음… 모임시간은 9시 반, 양정 Time 을 감안할 때 앞으로 1시간 반은 족히 대기해야 하리라는 각오로 그린파크 자리로 가보니 역시 나 혼자다.
아직 눈이 녹지않은 설산을 바라보며 스트레칭을 하다보니, 재학생 4명이 서성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간단히 아는 척을 해주고 후배들과의 차 한잔.
그러고 보니 내 아들과 동갑내기 후배들이다. (이후부터는 쭈욱 “아들~!”로 호칭을 했다는~ ^^)
그리고 뒤이어 동시다발적으로 모이시는 선배님들과의 인사. 역시 10시가 넘어서야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오랫만에 올라 그런지 동기 영원이와 수다를 떨다가 잠깐 엉뚱한 길로 들어서는 실수로 시작해 오르게 된 육모정 고개 가는길. 몸이 덜 풀린 시점에서 만나는 길이라 그런지, 개인적으로는 영봉을 오르는 구간 중 제일 힘들다 생각되는 구간이다.
눈이 녹지 않은 게 맘에 걸려 아이젠을 할까도 생각했는데, 앞선 이영원 선수가 대수롭지 않게 걷는 바람에 자존심 상 나도 그냥 올라가다가 두어 번 후회를 하면서 육모정고개 도착.
한참을 쉬었더니 이기윤 회장님을 비롯한 선배님들 재학생 무리에 따라잡혀 뒤따라 가는 모양새로 겨우 영봉까지 올랐다.
이후로는 편안한 내리막과 하루재를 거쳐 인수 야영장으로 직행.
시산제 Site 입구에서 기다려주는 동순이가 어찌나 반갑던지~ 오늘은 또 무슨 재미난 옥수수를 털어주시려나 ㅎㅎ
도착해보니 이미 자리펴고 버너를 지피시는 68회 형님들. 벌써 고기익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고기를 굽자마자 배가 고팠을 재학생들을 우선 챙기시는 형님들을 보며, 다시 한번 따뜻함을 느낀다.
드디어 시산제.
신임 김상일 회장님과 재철 선배님의 주관으로 진행되었다.
산을 알아갈수록 더 겸손하게 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올 한해 모든 양정산악인들의 안전산행을 빌었다.
살짝 사심을 넣어, 작년 말에 크게 맞은 거래처부도의 상처도 빨리 치유되길 바래보면서 ^^
비록, 시간이 허락질 않아, 하산 뒷풀이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3월 선운산 정기산행에도 꼭 참석하리라는 다짐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 가까이에 이런 명산이 있음에 감사해야 할 오늘이었다.